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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엑스포_산업 오피니언] 기술적 실패와 방산비리 구분 대응 필요하다-기술적 실패는 격려하고 방산비리는 엄벌에 처해야
  • 염정민 산업부 차장
  • 승인 2018.06.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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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뉴스엑스포 그래픽 팀 / 팀장 이진영

[뉴스엑스포_산업 오피니언] 국산 무기 개발을 포함하여 무기 도입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 처음부터 방산비리로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무기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공산품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공학에서는 ‘Trial and Error Approaches’ 방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개발 단계에서 시행착오로 인한 수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즉 1번의 시도로 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시도(Trial)해보고 실패(Error)하면서 제품의 결점을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제품 개발 과정의 한 단계로서 취급된다고 볼 수 있다.

에디슨의 백열전구 개발사를 보면 Trial and error approaches가 공학에서 적용되는 예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개발할 때 ‘전기 저항에 전류가 흐르면 열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전자기학의 기본 원리를 이용했다. 전자기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백열전구가 빛을 내는 원리에 대해 반박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원리가 단순하고 명백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만 보면 백열전구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에디슨은 단번에 백열전구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백열전구에 들어가는 필라멘트의 재료 선정에 2000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한 후에야, 겨우 탄소 필라멘트가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정도로 성공률은 높지 않았다. 2000번의 시도로 성공을 했다면 단순 계산으로 1/2000 = 0.0005 즉 0.05%의 성공률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이 에디슨의 시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여, 웬만한 실험은 실제로 하지 않고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돌릴 수 있는 현재에 있어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다.

우주 개발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자타가 공인하는 우주 개발 분야 세계 최강국, 미국도 우주 비행사 7명이 산화한 2003년 컬럼비아 호 참사와 같이 뼈아픈 실패를 겪었을 정도로 개발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미국만 우주 개발 분야에서 실패를 경험한 것은 아니다. 2013년 러시아는 3개의 위성을 탑재한 프로톤-M 로켓을 발사하는데 실패했고, 1996년에는 ESA(유럽우주국)가 발사한 아리안 로켓이 발사 40초 만에 공중 폭발했으며, 같은 해 중국이 발사한 장정 3호 B 로켓도 폭발했을 정도로 우주 개발 분야에서 실패 기록이 희귀하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도 2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에야 나로호 발사를 겨우 성공한 적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이론적인 토대가 튼튼하다고 해도 그 이론을 실제로 구현 시에 단번에 성공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도 무리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술적 실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실패’와 ‘방산비리’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방산비리는 ‘무기 도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가 향응 등 개인적 이익을 받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는 무기 도입 성공 여부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개인이 방산비리를 저질러도 우수한 무기를 도입할 가능성은 있다. 마치 법관이 뇌물을 받은 후에 재판을 진행해도 결과적으로 그 재판의 결과가 공정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무기 도입이 성공했다고 해서 방산비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방산비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도 운 좋게 무기 도입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다음 번 사업도 운 좋게 무기 도입이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개인 부정으로 인해 무기 도입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무기 도입 사업에 있어서도 기술적 실패와 방산비리를 철저하게 구분하여 서로 다른 취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 실패는 격려해야 하고, 방산비리는 엄벌에 처해야

전투기가 추락하거나 헬기에 결빙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연구 개발진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기술적 실패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고 방산비리로 인해 예산이 줄줄 새어 쓰여야 할 곳에 재원이 제대로 쓰이질 않아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감사원과 같은 감시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은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문제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 개인 비리가 없고 기술적 실패로 원인이 규명된다면, 연구 개발진에 대한 책임 추궁보다는 문제 개선 방안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실패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며 이를 개선할 적임자는 해당 제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현행 프로젝트 책임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 개발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면 해당 제품 개선은 고사하고 새로운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조차 리셋(Reset)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기에서 발생한 하자가 ‘개인비리가 없는 기술적 실패’에 기인한다면 연구 개발진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무기에서 발생한 하자가 ‘개인비리를 포함한 방산비리’와 관련이 있다면 이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여 엄중한 처벌로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무기 도입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방산비리가 있다면 그에 관련한 사람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미래 무기 도입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앞으로도 무기 관련한 하자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적 실패는 격려하고 방산비리는 엄벌에 처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유지한다면, 가깝게는 실패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개선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멀게는 우수한 기술력의 확보로 우수한 무기 도입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염정민 산업부 차장  news@newsex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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