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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엑스포_산업 오피니언] 규제 혁신에 연구 가이드라인 확립도 포함돼야-올바른 AI 개발 방향 위해 연구 가이드라인 확립 필요
  • 염정민 산업부 차장
  • 승인 2018.07.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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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뉴스엑스포 그래픽 팀 / 팀장 이진영

[뉴스엑스포_산업 오피니언] 연구개발 시에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었을 때 위화감이 드는 것은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연구개발 방향에 제한 내지 규제를 규정한 것으로 자유로운 연구개발을 방해하는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규제 혁신을 주장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타파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모순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국가는 AI, 바이오, 자율 주행 차량 등 최첨단 기술의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진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 창의성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연구 가이드라인은 꼭 필요하고 특히 인간 생활에 파급력이 큰 기술일수록 가이드라인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키마이라(Chimaera)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양, 사자, 뱀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동물을 의미하는데, 생명공학에서는 종이 서로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융합하여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키마이라 내지 키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제 21조에 의해서는 국내에서 인간 배아를 다른 동물의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포함해, 인간 배아와 동물 배아를 융합하는 등 인간 배아를 이용한 키마이라 관련 연구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연구 금지의 필요성 관련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윤리적 필요도 있지만 과학적으로도 인수공통전염병이 증가할 수 있는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구 금지가 윤리적 측면에서만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구제역’은 인간과 감염 동물 사이의 종간 장벽으로 인해 인간은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인간 배아를 이용한 키마이라를 제작할 경우 키마이라가 인간의 유전자와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는 유전자를 동시에 가질 수도 있는데, 이 키마이라가 구제역에 감염되었을 경우 구제역이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인간 배아를 이용한 키마이라를 제작할 경우 종간 장벽이 무너져서 구제역과 같은 치명적 전염병들이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를 이용한 키마이라 연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인간 배아나 인간 유래물에 관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해서 어떤 절차를 따를 것인지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것은 생명공학이 인간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는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12일 EU 의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AI 관련한 의결안을 통과시켰다. 의결안에는 AI의 법적 지위와 AI의 개발,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됐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포함되기도 했는데,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원칙: 로봇(AI)은 인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2 원칙: 로봇(AI)은 1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AI)은 1, 2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로봇(AI) 스스로를 보호한다.

이 원칙들은 AI의 개발이 인류에게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적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예를 들어 사이코 패스 AI를 개발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연구 개발 등은 용납할 수 없음을 결의안에서 명백하게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AI 연구 관련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 6월 21일 서울 웨스턴 조선 호텔에서는 KAIST 주최의 ‘인공지능 길들이기’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린 바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KAIST의 킬러로봇 개발을 이유로 KAIST와 AI 개발 협력을 보이콧했던 호주의 토비 왈시 교수도 참여해서 주위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세미나에 참여한 토비 왈시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터미네이터와 같은 수준의 무기는 만들 수 없지만,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었던 자율 주행 드론 같은 수준의 무기는 만들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공공 부분뿐 아니라 민간 부분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살상용 AI의 개발에 모든 AI 연구진들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살상용 AI 개발은 학계보다 방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이런 세미나가 무용지물이라고 평가하는 연구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살상용 AI의 개발은 EU 의회에서도 결의된 바 있는 ‘로봇(AI)은 인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제 1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고, 살상용 AI가 아닌 일반 AI라고 하더라도 교육 알고리듬에 따라 인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AI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는 연구 가이드라인에 대해 심도 높은 논의가 계속될 필요는 있다.

현재 AI 관련 석학들도 통일된 기준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AI, 윤리, 법률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AI 연구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논의를 지속할 필요는 있다. 생명윤리법에서 인간 배아를 이용한 키마이라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AI 분야도 위험성을 조기에 발견하여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염정민 산업부 차장  news@newsex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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