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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엑스포_산업 오피니언] 전력 예비율 10%가 안 되면 위험하다?-한국의 원전 정책, 탈원전보다 무리한 수명 연장을 하지 않는 정책에 가까워
  • 염정민 산업부 차장
  • 승인 2018.07.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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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뉴스엑스포 그래픽 팀 / 팀장 이진영

[뉴스엑스포_산업 오피니언] 일각에서는 한국의 원전 정책을 탈원전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원전 정책은 대만, 일본의 원전 비중을 급격하게 줄이려고 했던 탈원전 정책과 달리 무리하게 수명 연장을 하지 않는 정책에 더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폐쇄되거나 폐쇄가 결정된 원자로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원전들의 설계 수명은 2023년 이후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문재인 정부가 폐쇄를 확정 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폐쇄되거나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의 상황에 집중해서 폐쇄의 근거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 기준을 알 수 있다.

먼저 고리 1호기는 1977년 완공되었는데 2007년 6월 9일에 30년의 설계 수명에 도달하여 가동이 중단되었다. 이후 IAEA와 지역 사회의 합의를 거쳐 상업 운전을 10년간 연장하기로 하였지만 2012년 2월 발전소 전원이 12분 동안 블랙아웃 되는 사고 등이 발생하여 폐쇄 여론이 비등하였다. 게다가 당시 이 사고를 은폐하였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으로 수명 연장을 결정하기는 무리가 따랐다.

출처: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결국 안전성 문제와 은폐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던 고리 1호기는 더 이상 연장 운전을 하지 않고 2017년을 기점으로 폐쇄된다.

월성 1호기도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는데 설계 수명이 30년임을 감안할 때 2013년 이전에 원자로의 가동을 중지하는 것이 정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당시 전력 사정 등을 고려하여 2022년까지 10년간 상업 운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원안위의 결정에 대해서 무효 소송이 제기되기도 하였기 때문에 연장 운전 결정이 절대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단순히 설계 수명을 초과한 원자로의 연장 운전을 결정한다고 해서 그 의사결정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신규 원자로와 비교할 때 노후화된 원자로의 안전성이 동등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수명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하는 의사결정 또한 틀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로인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를 폐쇄하거나 폐쇄 결정을 한 것은 형식적으로 탈원전이라는 공약을 따랐다고 해석하기보다 두 원자로가 설계 수명을 다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전력 예비율 10%가 안 되면 위험하다?

일각에서는 전력 예비율이 7% 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금 동의하기가 힘들다. 절대적 지표가 아닌 상대적 지표인 전력 예비율만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의 함정, 예비 전력량은 같은데 위험 판단은 다른,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력 예비율은 총 전력 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뺀 것을 최대 전력 수요로 나누어 산출한 지표로 수식은 ‘(전력 공급 능력 – 최대 전력 수요) / 최대 전력 수요’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지표는 전력 수급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지표의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예비 전력이 풍부하다는 뜻이고,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예비 전력이 적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지표는 ‘절대적인 값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 예를 들어 A의 경우 공급 능력은 2000, 최대 수요는 1800, B의 경우는 공급능력은 3000, 최대 수요는 2800을 기록했다고 해보자.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A의 경우 전력 예비율은 11.1%를, B의 경우는 전력 예비율 7.1%를 기록하여 A는 10%를 넘으니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B는 10를 넘지 못하니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A와 B 모두 예비 전력은 200으로 동일하다.

즉 이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이면 A, B의 경우 모두 예비 전력은 200으로 동일하게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하나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수치를 좀 더 변형시키면 예비 전력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예비율이 훨씬 낮게 나오는 상황도 연출할 수 있는데 이를 일종의 통계학적 함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전력 예비율이 최대 수요를 분모로 하는 상대적 수치를 지표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최대 수요가 증가하면 예비 전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해도 분모가 크기 때문에 전력 예비율은 낮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상대적 지표인 전력 예비율보다 절대적인 지표인 예비 전력이라는 지표를 활용한다. 현재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예비 전력 500만 kW를 기준으로 전력 수급을 관리한다.

즉 전력 예비율 10%에 도달되지 못한다고 하여 그 사실만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블랙아웃 가능성은 낮지만 모니터링과 전력 관리는 필요

지난 7월 24일 전력 최대 수요는 9247.8만 kW를 기록하여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고 전력 예비율은 7.7%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예비 전력은 709.2만 kW를 기록하여 500만 kW보다는 209.2만 kW가 높았다.

전력 수급 단계는 6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예비 전력이 500만 kW를 넘는 경우 정상, 400만 ~ 500만 kW는 준비, 300만 ~ 400만 kW는 관심, 200 ~ 300만 kW는 주의, 100 ~ 200만 kW는 경계, 100만 kW 미만은 심각 단계로 나뉜다.

따라서 지난 7월 24일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 전력은 709.2만 kW를 기록하여 정상 단계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즉 전력 예비율은 7.7%로 비교적 낮았지만 전력 수급 관리 기준인 500만 kW를 하회하지는 않아 비상사태라고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블랙아웃 가능성에 대해서는 9.15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9월 15일에 일어난 대정전(블랙아웃) 당시 전력 거래소는 최대 전력 수요를 6400만 kW로 예상했는데 6726만kW의 전력수요가 발생해 예비전력이 400만kW 아래로 떨어졌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예비 전력 400만 kW를 유지하기 위해 95만kW의 자율절전과 89만kW의 직접부하제어를 시행했지만 전력 수요가 증가하여 400만 kW를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한전은 전국적인 대정전을 막기 위해 지역 순환 단전을 시행하는데 이를 9.15 대정전(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9.15 대정전의 원인으로는 단순히 발전 용량이 적었던 것이 아니라 여름철 수요가 끝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급능력을 7000만 kW(7062.2만 kW) 수준까지 내린 것에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분석에 따른다면 9.15 대정전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최대 발전 용량이 최대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 능력을 낮추지 않았다면 충분히 감당했을 전력 수요를 대응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은 9.15 대정전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9월 15일 기준 공급 능력은 7062.2만 kW에 불과함에 비해 2018년 7월 24일 기준 공급능력은 9953.7만 kW에 달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력 피크 기간 동안 500만 kW의 전력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예비 전력이 충분하여 블랙아웃이 일어날 확률은 그때보다 훨씬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전력 피크 기간 내 모니터링과 예비 전력 관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는 않기 때문에, 전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설비 용량을 늘려 전력 예비율을 무조건 높이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편차가 극심한 전력 수요, 출처: 전력거래소

2018년 7월의 전력 수요를 살펴보면 7월 8일 전력 수요는 5894.4만 kW를 기록했는데 동시에 예비 전력 3193.5만 kW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7월 24일에는 9247.8만 kW의 전력 수요에 예비 전력은 709.2만 kW를 기록할 정도로 한 달 내에도 전력 수요 편차는 극심한 편이다.

한편 전기는 일반적으로 발전과 동시에 소비를 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소비가 되지 못한 예비 전력은 ESS와 같은 충전 장비에 저장을 하지 않는 이상 그냥 버리는 전력으로 볼 수 있다. 7월 8일 기록과 같은 상황이 1시간 정도만 유지되어도 3193.5만 kWh의 전력을 그냥 허공에 버렸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전력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발전소를 건설하여 설비 용량을 높이고, 최대 수요에 맞춰 예비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전력 예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동시에 수요가 적을 경우 예비 전력이 많아져 낭비되는 전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7월 24일에 기록한 최대 수요를 맞추기 위해 1000만 kW를 증설한다면 동시에 그보다 수요가 적은 시기에는 1000만 kW의 낭비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의 피크 타임의 전력 예비율이 낮으니 단순하게 발전 설비를 시급하게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가 어렵다. 오히려 예비 전력 관리를 포함한 경제성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발전 설비에 관한 종합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염정민 산업부 차장  news@newsex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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